"너도 그렇구나" 슬픔 나누며 극단으로…위험한 탈출구 'SNS 우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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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04. 오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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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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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십수년간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변함없이 자살이었습니다. JTBC는 오늘(4일)과 내일,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집중 보도합니다. 먼저 아이들의 목소리를 잠깐 듣겠습니다.

한결같이 말하는 스트레스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뭘 해도 안 즐겁고"
"학업 스트레스도 크고"
"부모님 압박이나 그런게 쌓이니까"

고민은 털어놓을 곳은 없고

"폭식하는 애들도 많이 봤고. 아니면 약 먹는 애들도"
"정신과 치료 가보려고 했는데 엄마가 안 된다 해서. 네가 무슨 정신병자냐"
"그냥 포기한 거 같아요.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를"

극단 선택에 무뎌진 아이들

"애들이 자해하는 것까지는 봤어요"
"죽는 게 다 편해진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냥 다 끝낸다?"

학교나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아이들의 우울증. 소셜미디어는 이들에게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였습니다. 그런데 종종 고민을 나누어 풀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송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소셜미디어에 극단 선택과 자해를 뜻하는 은어를 검색해봤습니다.

인증 사진이 쏟아집니다.

이른바 '우울계', 자신의 본 계정에는 올리지 않는 우울감을 공개하는 계정입니다.

3년째 우울계를 운영하는 고등학생 A양은 취재진에게 "주변 누구도 내 감정에 공감해주지 않아 이 계정을 만들어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울계를 운영하는 청소년들은 우울계끼리만 친구를 맺고 교류합니다.

학교폭력으로 힘든 시기를 겪다 우울계를 만들었단 고등학생 B양은 "나만 이상한 아이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통이 익숙한 청소년 세대에게 소셜미디어가 탈출구가 된 겁니다.

[오윤정/부산 사하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 이런 걸 많이 하는 이유도 너도 같이 힘들구나, 우리 같이 이겨내 보자 이런 것들이 필요해서.]

하지만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누군가 자신의 신체에 스스로 상처 낸 사진을 올리자 어떤 도구로 했는지 묻거나 이런 행동을 응원하는 댓글이 달립니다.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방법 등을 설명하며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할 친구를 모집하기도 합니다.

[유혜진/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혼자 생각하고 혼자서 시도하는 것과 다르게 주변에서 '해봐, 해봐. 너 진짜 할 수 있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삭제요청한 온라인상의 자살유해정보는 14만2000건인데 97.3%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경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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